국내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초고압직류송전, 이른바 HVDC가 핵심 성장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LS일렉트릭이 글로벌 전력 인프라 기업 GE버노바와 손잡고 전압형 HVDC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면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와 차세대 국가 전력망 사업에서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LS일렉트릭과 GE버노바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CIGRE 2026에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합작법인 이름은 ‘Grid X Technology’로 정해졌으며, 양사는 국내 전압형 HVDC 사업의 공동 수행과 핵심 기자재 공급,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합작은 단순한 기술 제휴를 넘어 실제 사업 수행을 위한 공동 법인 설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정부와 한국전력이 추진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로 들어가고 있는 만큼 LS일렉트릭이 대규모 전력망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 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LS일렉트릭과 GE버노바가 HVDC 합작사를 만든 이유

LS일렉트릭과 GE버노바는 이미 이전부터 HVDC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2025년 양사는 기가와트급 전압형 HVDC의 핵심 장치인 컨버터 밸브 국산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LS일렉트릭은 자체 생산 인프라와 국내 프로젝트 경험을 제공하고, GE버노바는 글로벌 전압형 HVDC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의 협력을 추진했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그 협력 관계가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양사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은 다음과 같다.
• 전압형 HVDC 프로젝트 공동 수행
• HVDC 핵심 기자재 안정적 공급
• 컨버터 밸브 등 핵심 설비 경쟁력 강화
• 국내 고객 대상 통합 솔루션 제공
•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참여
• 향후 글로벌 HVDC 시장 진출
결국 LS일렉트릭은 GE버노바의 기술력을 활용하고, GE버노바는 LS일렉트릭의 국내 생산과 현장 수행 능력을 활용하는 구조다.
HVDC란 무엇일까?

HVDC는 High Voltage Direct Current의 약자로 초고압직류송전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전력망은 교류 방식인 AC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장거리 대용량 송전에서는 직류 방식인 HVDC가 더 유리한 경우가 많다.
HVDC의 기본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 발전소에서 생산된 교류 전력을 직류로 변환한다.
- 초고압 직류 상태로 장거리 송전한다.
- 전력이 필요한 지역에서 다시 교류로 변환한다.
- 기존 전력망과 연결해 가정과 산업시설에 공급한다.
HVDC는 장거리 송전에서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고 해저케이블과 지중 전력망에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서로 다른 전력 계통을 연결하거나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먼 지역으로 보내는 데도 효과적이다. LS일렉트릭 역시 HVDC가 기존 교류 방식보다 장거리 송전에 유리하고 해저 및 지중 케이블에 적합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압형 HVDC가 특히 중요한 이유

HVDC는 크게 전류형과 전압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 주목받는 기술은 전압형 HVDC다.
전압형 HVDC는 전력 흐름을 보다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고 전력망 안정화에 유리하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처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면 전력망의 안정적인 운영이 더욱 중요해진다.
전압형 HVDC의 주요 장점은 다음과 같다.
• 양방향 전력 흐름 제어
• 재생에너지 연계에 유리
• 전력망 안정성 향상
• 장거리 대용량 송전 가능
• 해저케이블 활용 가능
• 여러 전력망 간 연결에 적합
이 때문에 전압형 HVDC는 앞으로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와 국가 전력망 재편 과정에서 핵심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란 무엇일까?

이번 LS일렉트릭과 GE버노바 합작을 이해하려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호남과 서해안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국가 차원의 초고압 전력망 프로젝트다.
한국전력은 2030년 1단계 완공을 목표로 서해안 HVDC 송전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미 변환소 부지 선정을 진행했으며, 2026년에는 해저케이블 경과지 기본설계와 사업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서해안 지역에서는 대규모 태양광과 해상풍력 발전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지역은 수도권과 산업지역에 집중돼 있다.
결국 발전소를 많이 건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생산된 전력을 수요 지역까지 보내는 대규모 송전망이 필요하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에너지 고속도로다.
왜 기존 송전망만으로는 부족할까?
최근 전력산업의 가장 큰 변화는 전력 수요와 생산 지역이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서해안과 남부 지역에 집중되는 반면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 시설은 수도권과 주요 산업도시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을 사용한다.
따라서 앞으로 전력산업에서는 발전소 건설뿐만 아니라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전력망이 직면한 주요 변화는 다음과 같다.
• AI 데이터센터 증가
• 반도체 공장 전력수요 증가
• 전기차 보급 확대
•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
• 해상풍력 확대
• 산업 전기화
GE버노바 역시 최근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산업 전기화와 AI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대규모 전력 수요를 지목하고 있다.
결국 발전설비와 송전망이 동시에 확대돼야 한다는 의미다.
LS일렉트릭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에서 주목받는 이유
LS일렉트릭은 이미 국내 HVDC 프로젝트 경험을 확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북당진-고덕 HVDC 프로젝트와 동해안-수도권 HVDC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면서 변환설비와 전력기기 분야의 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LS일렉트릭은 국내에서 상업용 HVDC 변환용 변압기 공급 실적을 확보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번 GE버노바와의 합작을 통해 부족했던 전압형 HVDC 핵심기술을 보완하면 사업 수행 범위가 더욱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즉 과거에는 일부 기자재 공급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시스템 설계와 핵심 장비 공급, 프로젝트 수행까지 통합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GE버노바와 협력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GE버노바는 글로벌 전력 인프라와 전력망 기술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특히 전력 변환과 송전 시스템, 전력망 자동화, HVDC 등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S일렉트릭 입장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기술력을 확보하면 국내 대형 프로젝트의 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GE버노바는 LS일렉트릭의 국내 제조시설과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
양사의 강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LS일렉트릭은
• 국내 생산 기반
• 전력기기 제조능력
• HVDC 프로젝트 경험
• 한국전력 등 국내 고객 네트워크
• 현장 설치 및 프로젝트 수행능력
을 갖고 있다.
GE버노바는
• 글로벌 HVDC 기술
• 전력망 시스템 설계 경험
• 전력 변환 기술
• 글로벌 프로젝트 수행 경험
• 해외 고객 네트워크
를 보유하고 있다.
두 기업의 협력은 국내 프로젝트뿐 아니라 해외 HVDC 시장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Grid X Technology는 어떤 역할을 맡을까?
새롭게 설립되는 합작법인의 이름은 Grid X Technology다.
이 명칭에는 전력망 신뢰성을 뜻하는 Reliability, 통합을 의미하는 Integration, 교환을 의미하는 Exchange 등의 개념이 담겨 있다.
합작법인은 국내 전압형 HVDC 사업의 전담 창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형 HVDC 프로젝트에서는 여러 기업이 각각 기자재를 공급하는 방식보다 통합된 사업 수행능력이 중요하다.
따라서 합작법인은 다음과 같은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있다.
- HVDC 시스템 설계
- 컨버터 및 변환설비 공급
- 프로젝트 통합 관리
- 국내 기자재 조달
- 고객 기술지원
- 유지보수 및 서비스
- 해외 프로젝트 공동 진출
이 구조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LS일렉트릭은 단순 전력기기 제조업체에서 HVDC 시스템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해저케이블 산업에도 큰 시장이다
HVDC 사업은 LS일렉트릭만의 투자 테마는 아니다.
전기를 장거리로 보내려면 변환설비뿐만 아니라 초고압 해저케이블이 필요하다.
한국전력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1단계 송전망을 해저 방식으로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2030년 준공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전선 기업들도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LS전선은 2026년 7월 국내 최초로 525kV·80도급 HVDC 해저케이블의 국제 사전품질인증 시험을 통과했다.
해당 케이블은 기존보다 허용 온도를 높여 송전용량을 최대 25% 확대할 수 있으며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에 적용 가능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대한전선 역시 525kV급 HVDC 해저케이블과 관련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단순히 하나의 전력망 건설사업이 아니라 국내 전력기기와 전선, 해저케이블 산업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HVDC 산업에서 함께 주목할 분야
HVDC 전력망 하나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설비와 기술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분야는 다음과 같다.
• HVDC 변환설비
• 변환용 변압기
• 컨버터 밸브
• 초고압 해저케이블
• 초고압 지중케이블
• 전력 제어 시스템
• 변전소 및 변환소
• 해저케이블 포설
• 전력망 유지보수
따라서 정부의 전력망 투자가 확대될수록 전력기기 산업 전반에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전력기기 관련 기업들이 증시에서 주목받는 배경도 이러한 장기 전력망 투자 사이클과 관련이 있다.
AI 데이터센터 증가도 HVDC 시장을 키울 수 있다
HVDC 시장 확대를 재생에너지 정책만으로 볼 필요는 없다.
AI 산업의 성장 역시 전력망 투자 확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는 일반적인 산업시설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수만개 이상의 GPU가 들어가는 AI 데이터센터가 증가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수백MW에서 GW 규모의 전력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를 원하는 지역에 발전소를 바로 건설할 수는 없다.
결국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대규모로 이동시켜야 하고, 장거리 대용량 송전에 적합한 HVDC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전력 인프라 기업들도 AI 데이터센터 증가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보고 있다. GE버노바 역시 AI와 데이터센터를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를 이끄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이 글로벌 HVDC 시장까지 노리는 이유
HVDC 수요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노후화, 데이터센터 증가로 대규모 송전망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 발전이 증가하면 해상에서 생산한 전기를 육상으로 보내기 위한 HVDC 시스템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LS일렉트릭은 국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확보한 뒤 이를 글로벌 시장 진출의 레퍼런스로 활용하려는 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GE버노바와의 합작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기업과 공동으로 기술과 프로젝트 경험을 확보하면 해외 사업 참여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LS일렉트릭을 볼 때 확인해야 할 부분
LS일렉트릭이 HVDC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투자 측면에서는 실제 사업 성과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 Grid X Technology의 지분구조와 구체적인 사업범위
-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실제 수주 규모
- HVDC 핵심 기자재 국산화 진행률
- GE버노바와 기술 이전 및 협력 범위
- 신규 수주의 매출 반영 시점
- 전력기기 생산능력 확대 여부
- 해외 HVDC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
특히 대규모 전력망 사업은 계획 발표부터 실제 발주와 매출 발생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단기간의 실적 증가를 예상하기보다는 실제 수주와 생산능력, 수익성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가 전력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까?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한국의 전력망 구조를 크게 바꿀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다.
호남과 서해안에서 생산되는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수도권까지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기존 전력망보다 훨씬 강력한 장거리 송전 인프라가 필요하다.
한국전력은 2030년 1단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존에 장기간 걸리던 설계와 공사 절차를 단축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HVDC 변환설비와 해저케이블, 전력기기 수요가 동시에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LS일렉트릭과 GE버노바가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은 이러한 대규모 시장이 실제 사업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LS일렉트릭 HVDC 사업 앞으로의 전망
LS일렉트릭과 GE버노바의 Grid X Technology 설립은 국내 HVDC 산업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LS일렉트릭은 국내 HVDC 프로젝트 경험과 제조 기반을 보유하고 있고 GE버노바는 글로벌 수준의 전압형 HVDC 기술과 해외 프로젝트 경험을 갖고 있다.
두 기업이 각자의 강점을 결합한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뿐 아니라 향후 동해안 전력망, 해상풍력 연계망, 글로벌 HVDC 프로젝트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전기차, 재생에너지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전력망 투자는 앞으로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발전소를 얼마나 많이 건설하느냐가 전력산업의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생산된 전기를 필요한 지역까지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HVDC는 차세대 전력망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으며 LS일렉트릭과 GE버노바의 합작법인이 실제 수주와 글로벌 사업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